오버 하강시 몸이 도는이유
아무리 고수라 해도 누구나 몇번 쯤은 하강할 때 두려움과 당황함을 겪게 되었을 겁니다.
저는 설악산 석주길 날등에서 오른쪽으로 10m쯤 하강해야 하는데, 발을 잘못디뎌 날등 왼쪽으로 몸이 제껴져 대롱대롱 매달린 적이 있는데 만일 제동손을 놓쳤다면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했을 뻔한 경험을 했고 ... 도봉산 오봉 하강시에는 몸이 옆으로 제껴져 하강이 진행이 되지 않으면서 팔에 펌핑이 나서 죽을 고비를 넘긴 적도 있습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오버행만 만나면 두렵고 싫습니다.
오버행에서 몸이 도는 이유는 오버행 전에 조금씩 꼬였던 로프가 원상 복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필연적인 현상입니다. 그런데 로프가 꼬이는 여러 원인과 그 해결법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오버행 하강에서 몸이 도는 원인은 하강기와 잠금비너의 연결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강용 잠금비너는 볼이 작은 HMS를 사용해야 몸이 잘 돌지 않습니다.
아래 사진은 페츨의 어태치락과 DMM의 빌레이마스터 라는 잠금비너인데 하강 비너로 가장 잘 만들어졌다고 평가 받는 비너들입니다.
둘째는 하강기가 몸에 가깝고 제동손의 위치가 골반 부근에 있어야 몸이 돌지 않는데 하네스를 엉성하게 찼거나 제동손의 위치가 골반 뒤로 가 있으면 몸이 돌게 마련입니다.
셋째는 하강시의 무게 중심이 가슴 부위에 있어야 몸의 유동이 적은데 오버행에서 잠금비너 하나만을 차면 무게 중심이 가슴 아래에 오게 되어 몸이 돌수 있습니다. 이때는 하강용 잠금비너 2개를 퀵도르로 이어서 이용하면 훨씬 유동이 적어 집니다.
넷째는 외줄 하강은 두줄 하강에 비해 서로 잡아 주는 기능이 없어 줄이 더 꼬이게 마련이어서 오버행을 만나면 꼬인 줄이 원래대로 복구되면서 몸이 많이 돌게 됩니다. 따라서 오버행에서는 외줄하강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다섯째는 8자하강기는 너비가 넓어 로프의 유동을 많게 함으로써 다른 하강기들에 비해 오버행에서 몸이 도는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안전하지도 않구요.
마지막으로 하강 앵커(피톤)의 문제랍니다. 국내의 클라이머들은 이런 문제들에 대하여 등한시하고 있으나 등반 선진국에서는 하강 피톤을 설치하는데 매우 고심을 한답니다.
평평한 바위에서 로프는 중력의 법칙에 의하여 직선거리로 떨어지기 마련인데, 하강 피톤이 하강 목적지와 틀어져 있으면 하강자는 로프와 힘든 싸움을 하면서 하강 목적지를 향하여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로프가 조금씩 비틀어지게 되는데 이것이 오버행에 이르면 복원력에 의하여 하강자의 몸을 돌게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만장봉은 하강 목적지와 피톤이 30도 가량 틀어져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윗 피톤이 하강 목적지 보다 우측으로 30도 가량 쏠려 있다는 말이죠. 따라서 좌측으로 가야 하는데 로프가 몸을 자꾸 우측으로 끌어당기게 되어 오버행을 만나면 몸이 돌게 마련입니다. 만장봉의 윗 피톤이 제자리에 서려면 지금 보다 좌측에 위치해야 하는 것이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만장봉의 하강은 두번에 나누어서 하는 것이 안전하답니다.
물론 이런 문제들도 많은 훈련을 통하여 극복할 수 있지만 원인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