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마당/등반이론

러닝 빌레이란

팬더마당 2010. 8. 27. 14:52

러닝 빌레이란....

미묘한 언어감각 때문에 한국에서 잘못 받아들여지고 있는 러닝 빌레이(Running Belay)가 과연 무슨 뜻일지를 모색해볼까 합니다.~
러닝 빌레이(Running Belay)는 작금의 한국에서는 대체로 세가지로 받아 들이고 있습니다.

첫째가
'자일을 묶는다."라는 독일어 안자일렌(anseilen)와 같은 뜻의 영어 표현으로서...

둘째가.
원래는 알파인 등반시. 선등자가 선등하면서 크랙 도중에 확보물을 설치하고 등반을 완료 후, 후등자가 등반하면서 확보물을 회수하는 것

세째가...
원래는 알파인 등반시, 선등자는 확보물을 설치하면서 등반하고 같은 시간에 후등자도 함께 등반하면서 확보물을 회수하는 것을 말함.  

어느것이 옳을까요? 영어의 미묘한 뉘앙스를 이해하지 못한 까닭에 세가지 썰 모두 러닝빌레이의 본질을 캐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먼저 둘째와 세째 썰의 차이를 예로 들자면...
둘째는 우리가 인수봉에서 그러하듯 한 명은 확보 보고 다른 한 명은 등반하는 걸 말합니다.
세째는 쉬운 릿지길에서 안전을 위해 자일을 서로 묶은 채 동시에 움직이는 것을 말합니다.

둘째 썰은 코오롱 교장인 이용대선생 윤대표선생 등 '자일'이나 '하켄' 등 유럽(일본) 등반을 계승한 원로들이고
세째 썰은 코오롱의 젊은 강사들의 주장입니다. 로프나 피톤 등 미국물을 먹은 클라이머들의 썰입니다.
이들의 설명은   http://www.mountaineering.co.kr/lesson/ ··· 3-9.html
(러닝빌레이 = 안자일렌로 생각하고 있네요.)

두 썰의 주장자들 모두 그 권위가 묵직하다는 점에서 혼선을 줄 수 있는데.....~~
러닝빌레이의 진정한 뜻은, 확보물을 설치하면서 오르는 격시등반이냐 동시등반이냐가 아닙니다.
즉 정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코오롱 등산학교도 잘 모르는게 많다는 거죠.
사실 잘 알 턱이 전혀 없죠. 국회의원보다 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할 뿐이지...^^

러닝빌레이의 정확한 뉘앙스에 관해서는 예를 들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만만해 보이는 크랙 길에서 후배가 그냥 대충 올려가려할 때,
뒤에서 들려오는 선배의 목소리.

야 새끼야. 거기에 프렌드 하나 박고 가!

바로 여기서 선배의 목소리 "거기 프렌드 하나 박고 가!'
또는 '거 찢어진 바위에다가 친구 하나 박아 놓고 가지?

이게 러닝 빌레이의 진정한 뜻입니다.
빌레이는 '확보하다.' 또는 '확보물'을 뜻합니다.
영어로 Running은 다양한 뜻이 있는데, 여기서는 대충 '중간'으로 하면 됩니다.
다시말해 러닝 빌레이중간확보하다. 또는 중간확보물 의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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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빌레이가 없는...담대하게 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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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빌레이가 있는...중간에 하켄을 박은..



동시등반이나 격시등반은 여기서 중요한게 아니라...
요체는 안전을 위해 하켄이나 프렌드를 박으면서 가는 걸 말합니다.
포인트, 방점이 찍히는 게 약간 다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또는 러닝 빌레이가 중간 확보물 을 뜻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대체로 런너(Runner)가 슬링을 말하는데, 한 때는 중간확보물 들을 총칭해서 런너라고도 했습니다.
Run에다가 er (....하는 것)을 붙여서 러닝빌레이와 동의어로서 사용했죠.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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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해해야 첫번째 썰 : 안자일렌 = 러닝빌레이 라는 게 오류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빙하지대를 건널 때 안전을 위하여 자일을 묶고 함께 움직이는 것을 안자일렌이라고 합니다.
안자일렌에서 방점은 자일을 함께 묶고 움직이는 것이지, 중간확보물의 유무가 아닙니다.
반면 러닝 빌레이는 중간확보물을 설치하면서 움직이는 것을 말하죠...

따라서 안자일렌과 러닝빌레이는 동의어가 아니라는 사실.

그렇다면 안자일렌의 영어식 표현은 무엇일까요?
안자일렌의 영어식 표현은 우리가 아는 그냥 '빌레이' Belay 입니다. ~~~
클라이밍 용어중에 제일 재미있는 Belay 에 관해서 더욱더 CSI 알알해볼까 합니다. 다음 포스팅으로...

구글에서 running belay라고 검색할 때...웃기는 이야기 중의 하나.

그 넓은 땅떵어리를 가진 미국에도 슬랩바위가 많다고 합니다. 어느 주에든가 하여간 인수봉 대슬랩처럼 만만한 슬랩이 있는 바위가 있는데, 거기도 인수봉 대슬랩처럼 볼트가 몇 없는가 봅니다. 당연하지만..

선등자가 추락한다면, 빌레이어는 자일을 꽉 쥐고만 있으면 안되죠. 추락거리를 줄이기 위해 뒤로 열라 달려가야 한다고 합니다. 이때 쓰는 사투리가 Running belay ^^

* 미국에서 러닝빌레이는 주로 그 상황을 동시등반에서 중간확보물을 설치하면서 가는걸 말하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