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더마당/암벽빙벽

'11.7.10 인수봉 거룡길

팬더마당 2011. 7. 11. 12:52

7.10() 오전 8시 도선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병현 형님과 윤 대장, 성배 형, 충협 형과 창범이 먼저 당도해 있고 곧바로 어프로치를 시작한다.

어프로치에 들어가면서 어제 비로 바위가 미끄러울 것이고, 오늘 오후 비소식도 있고 하니 어디 쉬운 길을 가지 않을까 짐작한다.

그런데 앞서가던 병현 형님과 윤 대장이 발길을 멈춘 곳은 거룡길 시작점이다.

허걱!!! 설마 오늘 저기를 가려는 것은 아니겠지 하고 혼잣말을 해본다.

첫마디 시작점은 축축하게 젖어 있고 오랜 장마 비 탓에 바위 곳곳이 푸릇푸릇한 이끼로 덮여 있다. 윤 대장도 조금 꺼려하는 눈치다. 윤 대장도 오늘은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우선 오아시스에 오른 후 의대길이나 오를 심산이었단다.

거룡길은 지난번 등반 때 첫마디 크럭스를 돌파하지 못하고 펌핑아웃이 되어 자일에 메달려 있기도 하고 세 번째와 네 번째 마디 슬랩성 페이스에 붙어 꼼짝하지 못했던 꽤나 힘들어 했던 길이라 눈치만 보고 있는데 병현 형님의 강압(?)에 못 이겨 윤 대장이 첫마디를 시작한다.

윤 대장이 물기와 물이끼를 헤쳐 나가 어렵게 첫마디를 끊고 병현 형님이 자일 두동을 몸에 메달고 세컨으로 오른다.

그리고 더블빌레이로 2명씩 끌어 올린다. 창범이와 충협 형이 오르는데 역시 많이 힘들어 한다.

첫마디 크럭스 구간을 통과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흐른다.

가스가 산허리를 휘감았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스산하다.

성배 형이 다섯 번째 등반자로 오르고 내가 말번으로 오른다.

성배 형이 시작하면서부터 두 번씩 추락을 먹고, 크럭스 구간에서도 도통 움직일 줄 모른다. 내가 성배 형 밑에 대기하고 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성배 형을 앞질러 나간다.

성배 형이 너무 힘들어 하는 나머지 등반을 포기하고 내려가겠다는 것을 창범이랑 제지하고, 주마를 내려 보내 주마링으로 크럭스 구간을 돌파한다.

나는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첫마디를 펌핑없이 깔끔하게 마무리 한다. 아싸~~~~출발이 좋다.

두 번째 마디는 모두들 쉽게 넘어서고 세 번째 출발점에 섰다여기서부터는 다시 순서를 바꿔 내가 말번으로 오른다.

세 번째 마디와 네 번째 마디도 상큼하게 끊는다. 아니 두서너 군데는 빼고~~~~

지난번 등반 때 발 쓰는 요령을 제대로 적용했을 때 쉽게 터지지 않는다는 것을 체험했고, 이번에는 과감하게 도전을 한 결과다.

북쪽 하늘을 보니 비구름이 몰려온다. 마음이 급한지 앞에서는 왜 올라오지 않느냐고 연신 독촉을 한다.

다섯 번째 마디를 오르는데 지난번 갔던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번 다섯 번째 마디는 어렵지 않았는데 앞서 지나온 마디보다 더 어렵다. 나중에 병현 형님 말씀이 다섯 번째 마디는 거룡길보다 난이도가 더 센 빌라길이라는 것이다. 어쩐지~~~

내가 다섯 번째 마디를 오르는데 자일을 당겼다가 살짝 풀어줬다가 한다. 종전까지 성배 형이 확보를 봤는데 지금은 성배 형이 확보를 보는 것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마디를 끊고 나서 보니 병현 형님이 확보를 보고 있다.

다행이 다섯 번째 마디를 오르면서 자일을 느슨하게 풀어줄 때도 슬립을 먹지 않는다.

이미 정상을 찍고 온 윤 대장과 병현 형님이 올라온 길로 하강을 하기 위해 자일을 내린다.

충협 형과 성배 형, 나는 정상을 오르지 못하고 곧바로 하강을 준비한다.

가스가 가득하여 시야를 가리고 한기를 느낀다.

이때 성배 형이 메고 올라온 배낭에서 윈드자켓을 꺼내주는 바람에 한기를 떨친다.

다행히 하산을 마칠 때까지 비는 오지 않는다.

 

 

 

 

 

 

 

 

 

 

 

 

 

 

 

 

 

 

 

 

 

 

 

 

 

 

 

 

 

 

내가 생각해도 오늘은 꽤나 잘 한 것 같다.

출발부터 시작해서 마지막까지 선등을 서고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올랐다.

첫마디부터 힘을 적절히 안배를 하는데 성공하고, 과감하게 발을 쓸 수 있었으며, 밸런스도 잡아가면서 서너군 데를 빼고는 최대한 등반성을 높이려고 하였다.

처음 거룡길을 오르기 전 찜찜하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오늘 거룡길을 선택했다는 것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탁월한 선택이 가능케 했던 것은 역시 병현 형님의 판단력이 아니었을까싶다.

하산을 마친 뒤 우이동 버스종점 근처 식당에서 뒤풀이를 하면서 좋지 않은 여건에서 거룡길을 이끌어 주신 병현 형님과 윤 대장, 초반에 포기하려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예의 웃음 띤 얼굴로 완주하신 성배 형, 어려움을 꿋꿋하게 극복한 충협 형과 창범이 모두 즐겁고 행복한 모습이었다.

이 때 회장님 왈 옛날엔 선등도 쳤는데 이제는~~~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