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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미륵장군봉 청원길
팬더마당
2014. 6. 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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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률 기자] 서울을 출발해서 설악산 미륵장군봉까지 가는 길은 설악산 일대에서도 가장 가까운 축에 속한다. 서울 잠실에서 출발하여 장수3교까지는 약 154킬로미터의 거리로 길이 막히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약 2시간 내외의 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 때문에 최근에는 당일 등반으로 미륵장군봉을 다녀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눈에 뜨인다.
장수대 주차장 못미처 장수3교를 지나 갓길에 약 7~8대 정도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주차위반 딱지를 떼는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수고롭더라도 등반자와 배낭을 내려놓고 운전자가 장수대 주차장까지 차를 가지고 가서 안전하게 주차하고 내려와 합류하는 것이 좋겠다. 주차위반딱지가 하루 주차비라고 생각된다면 배짱 좋게 주차를 한다하더라도 누가 뭐랄 사람은 없겠다.
미륵장군봉의 진입로와 개요는 <한국의 바윗길을 가다> 23편 ‘내설악 미륵장군봉 코락길 / 설악에 새겨진 ‘코등’의 자존심’을 참고하면 된다. 청원길은 출입금지길로 들어가서 옛 석황사 자리를 지나 작은 돌탑들이 쌓여있는 지점을 통과하여 계곡을 건너 도달하게 된다.
모두 여덟 마디로 이루어져 있는 청원길 출발지점 아래에는 비교적 너른 공터가 있어 여러 명이 장비를 차기에 불편함이 없다. 첫째 마디 앞에 서니 ‘청원길 2006년 9월~2007년 9월 차돌산악회’ 라고 쓰여진 바윗길안내판이 선명하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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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궁금한 점 한 가지. “미륵장군봉 청원길은 청원산악회가 개척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차돌산악회라는 이름으로 되어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또 이 길을 개척하는데 무려 1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되었다고 하는데 그것은 필시 바윗길을 개척하는데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서울시산악연맹 알파산악회 8명으로 이루어진 원정대는 두 팀으로 나누었다. A팀은 손제성 대장이 선등을 선다. 손 대장과는 지난해에 한번 등반을 함께 하고 오랜만에 자일을 묶게 되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초보자들을 위한 암벽교실을 이끌어가고 주로 주중 등반을 위주로 하는 손 대장과 주말에 등반을 하는 기자와는 시간이 잘 맞지 않았던 것이다. 오랜만의 ‘함등’이었는데도 반갑게 맞아주는 그의 속 깊은 배려가 고맙다.
등반방식은 A팀의 선등자가 선등을 하면 빌레이어가 퀵드로우에 걸린 자일을 빼내고 곧이어 B팀의 선등자가 선등을 하며 뒤이어 후등자들이 등반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등반을 하게 되면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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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마디는 거리 30미터에 난이도 5.10a급의 페이스와 크랙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래에서 바라보면 포켓홀드가 무수하게 많아 등반이 수월할 것 같지만 의외로 만만치는 않다. 더군다나 몸이 풀리지 않은 상태여서 주의가 필요하다.
첫 볼트에는 간단히 클립을 하고 포켓홀드를 잘 살펴 둘째 볼트에 클립을 한다. 셋째 볼트에 클립을 해야 하는데 홀드가 의외로 애매하고 등반동작이 잘 나오지 않는다. 다행히 셋째 볼트에는 슬링이 걸려있으니 나머지는 선등자가 알아서 해결할 일이다. 이 구간만 통과하면 초반의 큰 고비는 넘긴 셈이다. 셋째 볼트를 지나면 수월한 슬랩구간이어서 비로소 주변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둘째 마디는 난이도 5.8 길이 20미터의 짧은 크랙이다. 확보는 소나무에 하게 된다. 등반후에 약 10여 미터를 걸어 올라가면 셋째 마디가 나오는데 난이도 5.10b의 페이스 구간이다. 시간관계상 이 구간을 인공등반으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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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게 출발지점이 뜀바위 형식으로 되어있는 넷째 마디는 길이 35미터의 좌향크랙. 난이도는 5.10a. 선등자에게 공포감을 안겨주는 이곳은 발을 길게 뻗어 벽에 발을 딛고 슬링줄을 잡고 일어서면 그만이다. 아무래도 신장이 큰 사람이 유리하겠지만 단신이어도 넘어가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다섯 번째 볼트가 크럭스 구간이다. 마지막 여덟째 마디를 제외하고는 피부로 느끼는 이 구간의 난이도가 가장 높다.
다섯째 마디는 길이 20미터 난이도 5.8급의 크랙 구간이다. 이 구간을 마치면 약 7~8미터를 걸어가서 다시 짧은 뜀바위 구간과 마주치게 된다. 바로 여섯째 마디의 시작지점이다.
여섯째 마디는 510a급 거리 40미터의 크랙구간. 중간에 확보점이 있어 두 구간으로 나누어 등반하는 것이 좋다. 끝까지 계속 선등을 하게 되면 자일이 꺾이면서 유통이 좋지 않아서 애를 먹기 때문이다. 네 번째 볼트가 크럭스인데 이곳만 통과하면 종료지점까지 큰 어려움 없이 올라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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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 마디를 아래서 올려다보면 두 번째 볼트와 세 번째 볼트의 간격이 멀어 자못 위태로워 보인다. 분명히 프렌드를 설치하고 가야할 것 같다. 그러나 막상 첫째 볼트에 퀵드로우를 걸고 나면 둘째 볼트까지 큰 어려움 없이 돌파할 수 있다. 이후로는 등반이 순조롭다. 난이도 5.9에 거리 15미터로 비교적 짧은 구간이다.
이제 마지막 여덟째 마디. 난이도 5.11d급의 30미터 오버행 구간이다. 출발조차 힘들어 보이는 이 구간은 아쉽게도 시간관계상 등반을 하지 못했다. 5.12의 실력은 되어야 돌파가 가능할 것 같은 이 구간은 기자의 실력으로 후등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일행은 일곱째 마디 등반을 마치고 왼쪽으로 짧은 트레버스를 한 다음 그곳에서 하강을 한다.
청원길 등반을 마치면 60미터 한번 그리고 30미터, 60미터, 30미터 모두 세 번의 하강을 해야 한다. 60미터 하강을 완료하면 왼쪽으로 바위를 안고 트레버스를 해야 한다. 난이도가 높지 않은 곳이어서인지 아무런 안전장치가 되어 있지 않다. 60미터 하강을 완료하면 암벽화도 릿지화로 갈아 신게 되고 헬멧도 벗기 쉬운데 끝까지 긴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