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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무명리지 & 나비암리지

팬더마당 2010. 5. 14. 21:04

금정산 무명리지 & 나비암리지

'용바위' 대신 '무명'으로 알려진 금정산 최장 암릉길
청봉산학회 창립멤버들이 개척한 초중급 수준의 6피치 코스

금정산(金井山·801m)은 항구도시 부산시민들의 쉼터이자 심신단련의 장으로서 큰 역할을 하는 산이다. 부산을 동서로 가르며 남북으로 뻗어나간 금정산은 산세가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데다 가까이 지하철 노선을 끼고 있고 산을 관통하는 도로가 나 있어 접근이 쉬울 뿐 아니라 곳곳에 먹거리촌에 온천까지 갖추고 있어 인기를 끄는 것이다.

당연히 금정산은 부산 클라이머들에게는 모암(母巖)이다. 대륙봉, 부채바위, 무명암, 나비바위, 준행암, 칠성암, 상계봉, 파리봉 등 산릉 곳곳에 솟아있는 기암들은 이미 60년대 후반부터 클라이머들을 유혹해 수많은 루트들이 나 있다. 그중 주능선에서 동쪽으로 뻗은 무명리지와 나비암리지는 금정산뿐 아니라 영남을 대표하는 암릉길로 산악인들에게 알려져 있다.


▲ 금정산성으로 이어지는 무명리지. 이세현씨가 티롤리안브리지 등반으로 제3피치로 향하고 있다.

 3년에 걸쳐 직벽·루프·오버행 루트 만들어

“선배님, 언제 거기 올라가셨어요?”
북문 금정산장을 출발한 취재팀과 부산 산악인들이 무명리지 등반기점에 도착하자 강덕형 부산시산악연맹 부회장은 이미 제1피치 중단부에 올라서 있다. 무명리지 개척자인 강 부회장은 중년의 산악인답게 넉넉하면서도 한때 부산을 대표했던 클라이머답게 다부진 인상을 풍겼다. 그가 창립멤버로 속해 있는 청봉산악회는 70년 전후 금정산 개척등반의 주역으로서 수많은 루트를 개척했고, 82년 알프스 마터호른 북벽 동계 한국 초등, 토왕폭 좌우벽 초등 등의 등반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 날 동행한 산악인들은 3월 말 원정에 나설 부산 다이내믹 시샤팡마-로체 원정대(대장 홍보성 부회장)와 2007 K2-브로드피크 원정대원들로 선등은 박주원씨가 맡았다.
제1피치는 평범한 슬랩. 털모자를 눌러쓴 박주원씨는 초반부 턱을 세로 크랙을 잡아당기면서 올라선 다음 슬랩을 타고 완경사 바위지대에 올라섰다. 그곳에서 기다리던 강 부회장은 기자를 보자마자 “68년 개척 당시에는 벽의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이끼가 잔뜩 끼어 있었다”며, “이끼와 흙이 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스키 고글을 쓰고 등반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 완경사 페이스 구간인 제1피치(왼쪽) / 제2피치 날개바위를 오르는 유향미씨.(오른쪽)
당시 산아래 주민들에게 암릉 이름을 물어보았으나 아는 이가 없어 일단 ‘무명암’이라 지었다고 한다. ‘용(龍)바위’라는 제 이름을 찾아낸 것은 4~5년이 지나서였다. 그러나 이미 무명암으로 굳어져 버린 뒤라 이름을 찾아줄 수 없었다고 한다.

첫 피치를 끝내고 잠시 걸어 오르자 제2피치 수직벽이 앞을 가로막았다. 변형 데드르형 바위에 형성된 크랙과 턱을 이용해 오르다 3분의 2 지점에서 중앙의 수직크랙이나 우측 날개바위의 크랙을 잡아당기면서 올라야하는 구간이다. 중앙 수직크랙은 팔뿐 아니라 전체적인 힘과 균형감각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려운 구간이지만, 오른쪽 덮개바위는 홀드 상태가 좋고 경사도 살짝 누그러져 대부분 가볍게 올려칠 수 있었다.


▲ 무명리지를 비롯, 60~70년대 금정산 암벽 코스 개척의 주역인 강덕형 부산시산악연맹 부회장.
제2피치를 마치자 첫 번째 암봉 정상. 하강 후 건너편 암봉을 등반해야 한다. 그런데 박주원·이세현씨가 어제 오후 건너편 바위 중단부의 확보물까지 로프를 연결시켜 놓아 티롤리안 브리지가 가능했다. 첫번째로 티롤리안 브리지 등반에 나선 박주원씨는 로프를 힘차게 잡아당기면서 쏜살같이 건너섰다. 그런데 이세현 대원은 절반쯤 가더니 오도 가도 못한 채 쩔쩔맨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에 신속하게 돌파하지 않으면 힘이 떨어져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이세현씨는, “그렇게 못하는 걸 보니 군대도 안 갔다 온 것 같다”는 등 선배인 유향미씨(부산시연맹 사무국 직원)에게 타박까지 받은 다음 위에서 내려준 로프를 잡아당기며 어렵사리 티롤리안 브리지를 넘어설 수 있었다.

취재팀이 날등을 피해 왼쪽 벽으로 등반하는 사이 대구YMCA산악회 회원들은 수직벽으로 시작되는 날등 루트를 따랐다. 강덕형 부회장은 “무명리지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이라며 등반 요령을 가르쳐 주었다. 강 부회장은 무명리지가 완성된 것은 71년이라고 밝혀 주었다.

“3피치 직등구간은 난이도가 5.10a급 될 거예요. 가장 어려운 구간이에요. 펌핑도 잘 오고요. 직벽, 로프, 오버행 루트가 완성되기까지 3년쯤 걸렸답니다. 그래도 국내에서 리지등반이란 개념이 가장 먼저 생긴 암릉일 겁니다.”

▲ 제4피치. 무명리지 밑으로 빌딩숲을 이룬 금정구 일원이 바라보인다.
제3피치는 어려운 오리지널 루트 대신 좌측 벽에 난 길을 따랐다. 페이스 상의 돌기를 꼬집듯이 잡고, 구멍홀드에 손가락을 끼워넣고 잡아당기면서 약 3m 높이의 페이스를 올라서면 이후 평범하고 경사가 완만한 바위가 10여m 이어진다. 제3피치 종료지점에 올라서자 무명리지 상단부가 한눈에 든다. 오른쪽으로는 많은 등산인들이 금정산성을 오르내리며 봄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산 아래로는 아파트가 숲을 이룬 금정구와 동래구가 빤히 내려다보였다.

 


▲ 금정산 최장의 바위 능선을 따라 오르는 박주원씨.(왼쪽)/제3피치 직벽 구간을 오르는 대구YMCA산악회 회원들. 무명리지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이다.(오른쪽)

“개척 당시만 해도 금정구쪽에는 두실, 남산 마을 등 자연부락이 몇 곳 없었어요. 금정산 기슭은 산골이었죠. 고교생인 저는 막내로 참가했고, 72년 마나슬루 등반 중 눈사태 사고를 당한 송준행 선배와 부산시연맹 전 회장인 김부갑 선배 같은 분들께서 주도했죠. 나비암 루트개척에 열중하다가 이곳에다가도 길을 내야겠다는 열정이 생겼던 거예요. 그게 벌써 40년이 흘렀네요.”

대구YMCA산악회원들이 제4피치 날등 길을 따랐다. 볼트가 박혀 있는 턱을 잡고 올라선 다음 오른쪽 모서리 상단의 바위턱을 잡아당기면서 일어서면 테라스로 올라서는 구간이다. 등반자세가 좋은 대구 클라이머들이 헤매는 것으로 보아 만만치 않다 싶었다. 우리는 그 길 대신 트래버스와 크랙 등반으로 이어지는 우측 길을 따랐다. 어렵지는 않으나 등반로 아래쪽이 절벽을 이루고 있어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어휴~, 어찌 된 게 올 때마다 폭이 넓어지는 것 같아.”
평범한 암릉길인 제5피치를 끝내자 완경사 바위 위로 올라섰다. 마지막 관건이라는 뜀바위가 기다리고 있었다. 홍보성씨는 “등산학교 교육 중 특히 여자 교육생들이 못 뛰겠다며 주저앉는 곳”이라 악명을 전해준다. 뜀바위는 폭이 그다지 넓지 않지만 아래쪽으로 제법 깊은 침니를 이루고 있어 담력이 약한 사람을 겁을 먹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고기 한 점 드시고 가세요.”
뜀바위를 넘어서자 등산객 댓 명이 모여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뜀바위 침니 아래쪽에 매달려 있는 고정로프를 타고 올라온 이들이었다. 안전장비 없이 올라온 게 조금 불안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이렇게 조망 좋고 한적한 곳을 아는 사람이라면 지나치기 어려우리라 싶다.


▲ 간담 서늘케 하는 뜀바위.

 뜀바위를 지나 약 10m 하강을 마치자 의상봉 직전 사면이다. 등반을 시작한 지 3시간만에 산성 등산로로 되돌아왔다. 곧바로 산성길을 따라 자리를 옮겨 나비암 옆 풀밭에서 막 시산제를 끝낸 등산인들이 건네준 떡과 돼지고기 몇 점으로 허기를 달래고 나비암리지 기점으로 향했다.


▲ 나비암리지 제2피치. 크랙과 침니로 이어진다.(왼쪽)/ 장벽처럼 웅장한 무명리지 남벽에는 벽등반 루트가 많이 나 있다.(오른쪽)

“능선 상의 기암이 나비 날개처럼 보여 나비암이라 지었답니다. 짤막하지만 재미는 무명리지보다 나아요. 청봉 멤버들이 67년 개척한 거예요. ‘청봉바위’라고 부를 만큼 애착을 가지고 있지요. 초보수준이지만 루트가 다양해 교육장으로 인기도 크답니다.”

다양한 크랙과 침니로 이어지는 나비암 리지

먼저 도착한 대구YMCA 마지막 회원이 오리지널 크랙으로 등반하려 여러 차례 애를 썼지만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난이도가 조금 떨어지는 왼쪽 크랙으로 등반한다. 역시 만만치 않았다. 두 가닥의 수직 크랙을 타고 오르다 오른쪽 크랙을 잡아당기면서 올라서야 하는데, 발은 수시로 밀리고 크랙에 집어넣은 손은 체중이 실리면 금세 힘이 빠지면서 떨어지곤 했다. 때문에 힘을 모아 가능한 한 짧은 시간 안에 올려쳐야 오히려 힘이 덜 든다.


▲ 무명리지 등반을 마치고 하강하는 부산 클라이머들.
크랙을 올라서자 짤막한 반침니에 이어 좁은 침니를 빠져나가면 10여m 길이의 침니가 또 나타난다. 폭이 적당한데도 아래쪽이 허공을 이루고 있어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침니 아래쪽 테라스에서 오른쪽으로 우회도 가능하다.

집채만한 바위가 걸려 있는 대형 침니에 닿자 키가 큰 박주원씨는 오른쪽 크랙에 양손을 집어넣고 양다리를 쪽 뻗어 양쪽 바위면에 발을 디디면서 최대한 위로 올라선 다음 크랙을 잡아당기면서 올라섰으나 단신인 김진태씨는 오른쪽 크랙에 양손을 집어넣은 채 처음부터 몸을 잡아당기며 올라야했다.

“죽여줘요. 뚱뚱한 사람은 한 번 끼면 못 빠져나올 정도로 좁으니까요.”
제3피치 종료지점인 테라스에서 모서리 암각을 잡으며 우측으로 트는 크랙을 올라섰다가 오른쪽 아래 테라스로 내려서자 제5피치 구멍바위 아래다. 어린 시절 도봉산 주봉 T침니에서 가슴과 헬멧이 끼어 한동안 꼼짝 못했던 기억이 있는 기자는 구멍바위 대신 왼쪽 침니를 타고 오르다 오른쪽으로 틀어 구멍바위 위쪽으로 내려섰다.

▲ 나비암리지 제1피치. 흘러내리는 세로턱과 크랙을 잘 이용해야 한다.
“여기가 나비암 리지의 대미를 장식하는 대침니입니다.”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만큼 폭이 넓은 침니였다. 상단부에 볼트가 박혀 있지만 바위 겉면의 작은 돌기들이 부서지는 등 한동안 등반한 이들이 없는 듯했다. 막내인 이현세씨에게 대침니를 올라보지 않겠냐고 물으니 배낭이 무겁다며 슬쩍 피한다.


▲ 나비암리지 제3피치.대침니와 크랙을 타고 올라선다.(왼쪽)/나비암리지 제5피치 구멍바위를 빠져나오는 이세현씨.(오른쪽)
침니 상단으로 올라서자 평범한 테라스. 건너편 능선 위에는 나비 한 마리가 앉아 날개짓하고 있었다. 나비암이었다. 예쁜 나비가 바로 옆에 앉아 있는데도 그것을 즐기기에는 원정대원들 목이 너무도 말라붙었다.

“이제 흑염소구이에 산성막걸리 한 잔 걸쳐야죠?”
::등반 길잡이::

무명리지

주능선
상의 의상봉에서 동쪽으로 뻗은 무명리지는 총 6피치 가운데 제3피치와 제4피치 초반부가 까다롭지만 난이도가 떨어지는 루트나 우회로가 있어 등반자 능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첫 번째 암봉인 제2피치 종료지점에서는 하강하거나 또는 선등자가 하강후 두 번째 암봉 중턱의 확보지점에 자일을 연결시켜 티롤리안 브리지로 넘어설 수 있으나 앞으로 나아갈수록 고도가 높아져 체력소모가 많고, 로프를 설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하강하여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강 후 안부에서 마주보이는 정면 벽은 5.10c급에 이르는 어려운 구간이므로 초급자는 좌측 루트(5.8급)를 따르도록 한다. 제4피치 역시 정면 벽은 밸런스와 강한 힘을 요구하므로 자신 없는 사람은 오른쪽으로 트래버스한 후 침니를 타고 등반하도록 한다. 제6피치의 뜀바위는 자신 없는 사람은 앞에서 확보상태로 넘어서는 게 안전하다.

위치 금정산 주능선 의상봉 동릉

난이도 초중급, 최고난도 5.10c(제3피치)

소요시간 2시간(2인1조)

소요장비 2인1조의 경우 로프 60m 1동, 프렌드 중간 사이즈 3개, 암각 확보용 슬링, 퀵드로 5개.

접근 제4망루 남쪽 첫 번째 갈림목(제4망루 0.8km, 남산동 2.8km, 상마마을 1.2km 푯말)에서 상마 마을쪽으로 향하다 119구조대 푯말(5-3) 위쪽 공터에서 시작.

하산 하강을 마친 다음 도보로 50m쯤 걷다 의상봉을 마주보고 오른쪽 숲길을 빠져나가면 능선 위로 올라선다. 이후 주등산로를 따라 원하는 기점으로 하산.


나비암리지

주능선
상 나비암에서 동쪽으로 뻗은 나비암 리지는 크랙과 침니 등반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하고 재미있다. 총 5피치로 나뉘지만 피치 거리가 짧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제1피치 크랙 구간은 바닥에 박힌 돌로 떨어지면 발목을 다칠 수 있으므로 후등자가 밑에서 받쳐주는 게 안전하다. 구멍바위 구간은 몸집이 큰 사람은 빠져나가기 쉽지 않으므로 제3피치 종료지점에서 촉스톤을 이용해 곧바로 올라선 다음 상단부에서 오른쪽 구멍바위 상단부로 진입하도록 한다. 제5피치는 자일이 전혀 필요치 않을 만큼 평범한 암릉이다.

위치 금정산 주능선 나비암 동릉

난이도 초중급, 최고난도 5.8급(제1피치)

소요시간 1시간(2인1조)

소요장비 2인1조의 경우 로프 60m 1동, 프렌드 중간 사이즈 3개, 퀵드로 3개.

접근 제3망루 남쪽 첫 번째 갈림목(구서동 2.9km, 고당봉 3.6km, 동문 1.3km 푯말)에서 능선 너머 구서동 방향으로 허릿길을 따르다 첫 번째 갈림목에서 위쪽으로 보이는 바위가 제1피치다.

하산 구멍바위를 빠져나간 다음 평범한 바윗길과 산길을 따르면 나비암 오른쪽(북쪽) 풀밭에 올라선다. 이후 주등산로를 따라 원하는 지점으로 하산.


교통:: 
부산 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금성동(산성마을)행 좌석버스를 타고 가다가 동문에서 하차(요금 1,500원, 지하철 연결 환승시 300원 추가). 이후 산성길을 따라 나비암은 약 20분, 무명암은 40분 거리. 무명암은 금정구 남산동 부산외대 운동장에서 출발하면 30분 거리. 

숙박:: 온천장 일원에 다양한 메뉴의 음식점과 호텔·모텔·여관이 즐비하다. 산중 야영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고, 산장도 이용이 불가하다. 동문 서쪽 산성마을에 염소, 닭, 산채 등을 취급하는 식당과 민박과 여관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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