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나에게 술한 잔 사주지 않았다 / 안치환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하여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 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하여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 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 <술 한잔> 정호승 시, 김현성 곡·노래 / 나팔꽃 북CD 『제비꽃 편지』에 실려 있다.
오징어, 꽁치, 어묵, 닭발, 홍합국물, 어묵과 따뜻한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포장마차. 가끔 오다가다 그 곳에 불쑥 들어가고 싶다. 아는 사람 하나 없어도 포장마차의 주인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어묵 한 점 달게 먹고 싶다. 인생이 내게 무엇을 해주던 간에.
찬 소주를 몇 잔 들이키면 얼굴이 벌개지고 참았던 외로움도 밖의 눈발처럼 휘휘 날리리라. 길가의 불빛도 따뜻하게 나를 바라보는 것 같고. 마주 오는 사람에게 지금 몇 시냐고 묻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술맛 나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 그 술맛이 좋아서 눈물도 나고 또 웃음도 나는 그런 노래를 말이다. 골목 끝에서 서성이며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에게 오늘 내가 술 한잔 사야겠다. 울지 말라고. 나도 인생이 나를 위해 아직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고.
창 밖에 눈이 날리는지 커튼을 열어 보아야겠다. 내가 미처 잠든 사이 누군가 나를 위해 따숩게 술 한잔 받아주려고 오는 것은 아닌지. 이제 연초니까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 기다려보자. <김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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