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마당/좋은얘기

얼굴도 모르는 형을 생각하며...

팬더마당 2009. 12. 7. 15:55

얼굴도 모르는 형을 생각하며...

"어느 간호사의 이야기"란 새벽편지글을 보며
제가 태어나기 전에 세상을 떠난
제 형 생각이 나서 글을 써봅니다.

살면서 늘 가슴 아프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아픈 아이들을 볼 때와
굶주린 아이들을 볼 때인 것 같습니다.

TV에서 아픈 아이들을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을 보면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그 배경은 병으로 죽은
제 형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형이지만
가난함 때문에 병원에서 주사한대 맞아보지 못하고
아버지가 돈을 구하러 간 사이
싸늘하게 병원에서 죽어야 했던
제 가엾은 형이 생각나 더더욱 가슴이 저미고
슬퍼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은 형이 받지 못한 사랑과 혜택을
내가 다 받고 자란 것 같아 늘 미안하고
부모님의 사랑에 형 몫까지 더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을 갖으며 살아 왔습니다.

어린 시절 전 반찬투정이 심한 아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반찬투정하다 아버지께 혼이 나고
밥을 주지 말란 아버지 말씀에 뛰쳐나가
부엌에서 울고 있는데
큰누나가 와서 죽은 형에 대한 얘기를 해주더군요.

형이 가장 좋아하던 게 계란이었는데
가난해서 좋아하던 계란을 먹지 못하고
주인집 아이가 먹다 흘린 계란을 주워 먹다
누나들에게 혼났다는 누나들 말을 들으며
반찬 투정하던 제 철없음에 한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내가 당연히 생각하고 누려왔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절실하고 소원하던 일이었음을.
지금도 내가 무심히 생각하는 일상들이
세상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그리워하는 삶임을...
우린 너무 간과하며 살고 있습니다.

가장 소중한 것은 주머니 속이나 지갑 속이 아닌
여러분 마음속에 있습니다.

- 허 영 (새벽편지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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