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더마당/암벽빙벽

'10.9.12 관악산 러브길

팬더마당 2010. 9. 13. 13:26

'10.9.11(금) 밤 10시반 태릉입구역 7번 출구에 설악산 천화대리지 등반에 나서는 등대 대장을 비롯하여 10명이 모였습니다.

줄기차게 내리는 비가 13일까지 계속된다는 일기예보에도 불구하고 일단 서울을 떠나 산행에 나서기로 했던 것입니다.

저도 그동안 수술 이후 산행을 못해 답답해진 마음을 풀어보려고 산행에 동참했습니다.

일단 설악산으로 출발하기로 했기에 태릉입구를 떠납니다. 그러나 곧바로 기상특보로 설악산 입산이 통제되었다는 사실에 차량을 되돌리고 마는군요. 그리고 우리 동네 근처 호프집에서 맥주를 시켜 허전한 마음을 달래고 헤어졌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오늘 산행을 9.28~29로 미룹니다. 설악산 천화대는 9월말까지만 등반이 허용되기 때문인데요, 산동님과 솔사랑님이 평일이라 곤란하다고 하여 8명만 가기로 하였네요.

 

다음날 역시 일기예보와 같이 아침부터 뿌리던 빗줄기가 종일 계속되는군요. 하릴없이 비가 내리는 것을 구경합니다.

그러다 오후 갑자기 하늘이 열리며 비가 그치네요. 전 그 기회를 놓칠 수가 없어 당고개 인공암장으로 향합니다.

우리 집에서 당고개인공암장까지는 약 8km로 잠깐이면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당고개역 근처 공원내에 있는 인공암장에 도착하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서울시장배 스포츠클라이밍대회가 열리고 있네요.

금년이 13회 대회로 블랙야크에서 협찬을 하여 내일까지 계속되는군요.

약 1시간 가량 대회 진행과 출전 선수들의 등반 모습을 지켜보다 후두둑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인공암장을 떠나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내일 어떻게 할까를 고민합니다. 그동안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 벌초를 도맡아 해왔던 군산 큰 집 형님이 급작스럽게 말기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라 저와 동생들이 벌초도 할겸 추석을 피해 미리 성묘을 다녀오기로 했는데 폭우가 남쪽으로 남하한다고 하여 망설이는 것입니다. 결국 고민 끝에 벌초는 비를 피해 다음 주에 가기로 하고 이번 주는 산행을 하기로 마음을 잡습니다.

그리고는 제가 가입한 카페를 들어가보니 어느 한 카페는 인수봉, 어느 카페는 백운대 신동엽길, 그리고 울 산장에서는 관악산 러브길을 가는군요. 그런데 미니님은 미애님과 통화를 하면서 가까운 불암산에나 가자고 하네요.

또 다시 고민 끝에 수술 이후 몸상태를 확실히 모르고, 그간 3주간 산행을 못하여 체력 저하도 있고 해 관악산 러브길을 가기로 합니다.

 

다음날 서울대 앞 시계탑광장에서 일행을 만납니다. 모두 7명으로 조촐한 산행이 될 것 같군요.

불루님, 상큼님이 먼저 나와 있고, 잠시 후 산안개 대장님과 엄지님이 도착하여 수국님이 오면 전원 참석이네요.

빗줄기는 무척 가늘어 내리는 듯 마는 듯 하네요. 10시가 조금 지나 수국님이 도착하여 곧바로 산행을 시작합니다.

러브길은 관악산에서 가장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팔봉능선의 옆구리를 돌아 팔봉 정상으로 오르는 바윗길입니다.

이 길은 제가 바위에 막 입문했을 때 발을 딛은 곳으로 아주 쉬운 길인데, 오늘은 바위에 물기가 흐르고 바위에 붙어 있는 보통 이끼라고 얘기하는 버섯류도 물기를 머금고 있어 엄청 미끄러운 통에 무척 조심을 하게 되니다.    

계곡에는 풍부한 수량으로 말미암아 제법 골을 이루고 있고, 경사가 급한 곳은 아예 폭포로 변했네요.

저는 후미에서 미니님, 수국님, 상큼님을 이끌고 계곡을 따라 오르면서 이러저런 생각에 골똘히 잠겨 있다 일행의 꼬리를 놓치는 바람에 다른 방향으로 빠져 꽤나 많은 시간을 헤메며 보냈습니다.  

이 길은 대, 여섯번 정도 산행을 했던 곳인데도 길을 놓치는 바람에 공연히 헛고생을 하게 되었군요.

산행에서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내리는 듯 마는 듯한 빗속을 거닐면서 산행을 히작하였는데, 오후에 들어서는 갑자기 하늘이 개이고 햇살이 비추네요.

그리고 파란 하늘과 곳곳에 널부러진 하얀 구름이 전형적인 가을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하늘이 얼마나 맑은지 인천 앞바다가 훤히 보일 지경입니다.

그러다 우리가 하산길에 접어 들어 거의 끝날 무렵 또 빗방울이 비치네요. 날씨 참 변덕스럽고 웃기지도 않네요.

서울공대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오는 길에 계곡에서 탁족을 하며 발의 피로를 풀어주기도 합니다.

암튼 우리는 7시간에 걸친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서울대입구 막회집에서 뒷풀이을 하고 헤어지면서 오늘 일정도 마무리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