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나비 / 김정호
음~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은
음 그리워 말아요 떠나갈 님인데
꽃잎은 시들어요 슬퍼하지 말아요
때가 되면 다시 필걸 서러워 말아요
음 음~~~~~음~~~~~음~~~~
음~~ 어디로 갔을까 길 잃은 나그네는
음~~ 어디로 갈까요 님찾는 하얀나비
꽃잎은 시들어요 슬퍼하지 말아요
때가 되면 다시 필걸 서러워 말아요
음 음~~~~~음~~~~~음~~~~
김정호는 촌스러운 히피였다. 이따금 한국가요사에는 아주 촌스런 아티스트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기존의 흐름과 무관하다. 자칫 다들 곤히 자는데 문득 봉창 찢는 소리를 낸다.
그런데 그게 가요계를 개혁한다. 처음엔 참으로 순수하고 진실했던 아티스트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인기를 즐기고, 노래 보다 상업적인 이익에 눈이 멀게 되면 그의 노래에서는 더 이상 영혼의 흐느낌도 없고, 어떤 전률도 없어지고 만다. 가요계 전체가 따분해지는 것이다.
김정호가 나타났을 때도 그런 따분함이 서서히 성숙되어 갈 때였다. 새로운 것이 필요한 시기였다.
말하자면 포크가 지니고있는 자연스러움이 초기의 생명력을 차츰 잃어갔고, 아티스트들은 자연스러움을 가식적으로 연출해 내고 있는 것 같았다. 멋을 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그때 김정호가 나타났다.
밝았던 빛도 더 큰 별이 나타나면 그 빛을 잃고만다. 따라서 김정호가 나타나게 되자 나름대로의 진실했던 스타들도 왠지 연약해 보이기 시작했다. 김정호의 강렬함 때문이었다.

김정호에게는 광기가 있었다. 그것은 미칠듯한 격정의 에너지였고, 빛의 기운이었다. 하지만 김정호는 그 휠을 탄식과 허무로 처리한다. 만약 김정호가 군가를 불렀다해도 그 군가는 굉장한 탄식으로 나타나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로 그는 깊은 허무의 바람이었다. 그는 그의 삶이 너무 무겁다고 생각했고, 그 무거움을 가볍게 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소망은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는 하는 수 없이 기타를 부둥켜 안고 혼자 울기 시작한다.
...음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을 음 그리워 말아요 떠나간 님인데..
누구에게 하는 얘긴가 생각도 말고 그리워하지도 말라고 단언하는 김정호. 소용 없다는 얘기다.
다 끝장 났는데 미련 갖지 말라는 강한 권유다.
...꽃잎은 시들어도 슬퍼하지 말아요
때가 되면 다시 필 걸, 서러워 말아요...
봄은 가지만 다시 돌아올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다. 여기엔 그 어떤 희망도 없다.
쓰디 쓴 절망만이 가득하다. 그냥 노인네 같은 소리, 평범한 진리를 얘기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김정호가
그 허무 속에서 마지막 몸짓 같은 가냘프기도 하고, 꿈틀거리기도 하는 김정호 특유의 짙은 고독을
노래하고 있을 뿐이다.
..음 어디로 갈까요 길 잃은 나그네는
음 어디로 갔을까 님 찾는 하얀나비...
이제 김정호는 스스로의 삶을 마치 타인의 삶 처럼 들여다 보고있다. 길 잃은 김정호는 어디로 가야하느냐고 그는 대중들에게 묻고 있었다. 그는 몹시 아팠고, 폐결핵 말기였다. 그리고 그의 젊었던 영혼을 삼켜 버린 병마는 마침내 최후의 생명력, 김정호의 님 찾는 하얀나비, 그것은 열정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고, 본능일 수도 있는데, 그것 마져도 이제는 어디로 갔냐고 힘 없이 묻고있다. 정말 불행한 순간이다. 하지만 그는 진실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서 친구도 없었고, 사랑도 없었다. 그는 아플 수 밖에 없었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김정호는 거짓된 희망을 말할 수도 없었다.
그는 쇼맨쉽이 없다. 그는 단지 '작은 새'로 날아오르기 시작했고, 두눈을 질끈 감고 '사랑의 진실'을 노래 했다. 그 길은 늘 '외길'이었고, '이름모를 소녀'의 환상이 얼핏 비쳐오다가 사라지는 '님'을 향한 길이었다. 그토록 '보고싶은 마음'은 70년대 가장 우수한 혈서 같은 것, 그리고 80년대 초 한국가요계가 상업적인 색채로 물들어 갈 때, 더 이상 자신의 자리는 없다고 판단되었는지 외마디 비명 처럼 '님'을 향해 절규하고 초라하게 떠나가고 말았다. 그가 떠나간 초라한 자리엔 이제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는 단연코 최상급의 뛰어난 진실이었기에 그의 어두운 포크 블루스는 지금도 흐느적 거리며 빛나고 있다. 그것은 눈부신 광휘가 아니라 섬뜩한 칼날이고 그 칼날은 늘 자신을 향하고 있다. 그는 자랑하는 자가 아니라 사랑하는 자, 그것도 아주 수줍게 사랑하는 자, 몰래 어둠의 커튼 뒤에서 바라보는 자, 그래서 결국은 병들어 버릴 수 밖에 없는 아티스트였다.
따라서 허무와의 싸움, 무의미와의 전쟁에서 상처 받고, 지치고, 병들어버린 김정호는 마침내 패배하고야 만다.그의 육체는 바람 속으로 흩어져갔고, 그의 진실은 자신의 시대를 진실로 물들이고야 말았다. 참으로 수고로웠던 삶이다. 그의 촌스러움이 하나의 시대를 위대하게 만들었던 것이다....음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을 음 그리워 말아요 떠나간 님인데..
누구에게 하는 얘긴가 생각도 말고 그리워하지도 말라고 단언하는 김정호. 소용 없다는 얘기다.
다 끝장 났는데 미련 갖지 말라는 강한 권유다.
...꽃잎은 시들어도 슬퍼하지 말아요
때가 되면 다시 필 걸, 서러워 말아요...
봄은 가지만 다시 돌아올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다. 여기엔 그 어떤 희망도 없다.
쓰디 쓴 절망만이 가득하다. 그냥 노인네 같은 소리, 평범한 진리를 얘기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김정호가
그 허무 속에서 마지막 몸짓 같은 가냘프기도 하고, 꿈틀거리기도 하는 김정호 특유의 짙은 고독을
노래하고 있을 뿐이다.
..음 어디로 갈까요 길 잃은 나그네는
음 어디로 갔을까 님 찾는 하얀나비...

그는 쇼맨쉽이 없다. 그는 단지 '작은 새'로 날아오르기 시작했고, 두눈을 질끈 감고 '사랑의 진실'을 노래 했다. 그 길은 늘 '외길'이었고, '이름모를 소녀'의 환상이 얼핏 비쳐오다가 사라지는 '님'을 향한 길이었다. 그토록 '보고싶은 마음'은 70년대 가장 우수한 혈서 같은 것, 그리고 80년대 초 한국가요계가 상업적인 색채로 물들어 갈 때, 더 이상 자신의 자리는 없다고 판단되었는지 외마디 비명 처럼 '님'을 향해 절규하고 초라하게 떠나가고 말았다. 그가 떠나간 초라한 자리엔 이제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는 단연코 최상급의 뛰어난 진실이었기에 그의 어두운 포크 블루스는 지금도 흐느적 거리며 빛나고 있다. 그것은 눈부신 광휘가 아니라 섬뜩한 칼날이고 그 칼날은 늘 자신을 향하고 있다. 그는 자랑하는 자가 아니라 사랑하는 자, 그것도 아주 수줍게 사랑하는 자, 몰래 어둠의 커튼 뒤에서 바라보는 자, 그래서 결국은 병들어 버릴 수 밖에 없는 아티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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