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더마당/원정산행

'09.9.1 설악산 용아장성

팬더마당 2009. 12. 1. 13:11

새벽 2시 30분, 모닝콜에 눈을 뜬다.

눈을 뜨자 마자 씻고 짐을 정리하여 숙소를 나섰다.

짐이라야 여벌 옷과 아침.점심으로 어제 사 두었던 김밥 3줄과 컵라면 하나 그리고 이동식으로 쵸콜릿바, 쵸코파이, 양갱 2개씩.

 

용대리는 말그대로 쥐 죽은 듯 조용하고 개미새끼 한 마리도 보이질 않는다.

 

마눌이 어제부터 걱정을 하더니 결정적으로 못올라가겠다고 한다. 다리가 아프단다.

하긴 나도 마눌과 동행하여 용아를 오르는 데는 자신이 없기도 하다.

 

그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차에 혼자 있겠다고 한다. 이미 03:38에 주차장을 출발해서 500여미터 올라온 지점인데 그렇게 하라고는 하였지만 걱정이 앞선다. 어둠 속에서 혼자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길을 재촉한다.

 

백담사 오르는 1시간10분은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그 어둠 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오른다. 귀신과 백년묵은 여우 옛날에 보았던 "전설의 고장"의 한 장면 한 장면이 파노라마 처럼 흐른다.

 

성가를 나즈막히 부르며, 사도신경. 주기도문. 성모경 등 아는 기도문을 주리주리 읇는다. 산지 20년간 가까이 된 헤드랜턴만이 내 유일한 눈이 되고, 귀가 된다.

  

04:48 도착한 백담사는 몇 군에 불이 켜 있고 나즈막한 독경 소리만 경내를 흔든다. 담배 한 대 물고 암흑 속에서 안내표지판 등을 훑어 보다가 이내 출발한다.

백담사를 출발한 30여분이 지나서야 여명이 밝아온다. 그래도 아직 헤드랜턴을 벗지 못할 정도.

 

영시암에 도착(05:48)해서야 헤드랜턴을 벗고 운행을 계속하여 20여분 지나 수렴동대피소에 도착했다.(06:10)

 

대피소에는 젊은 커플이 아침하기에 여념이 없고, 나도 아침으로 김밥 두 줄과 이동식을 먹고 06:45 출발한다. 용아능 시작은 대피소를 지나 목제다리로 들어서면서 왼쪽으로 빠져 올라서야 한다

 

능선에 올라서....오른편 서북능. 아래로 수렴동계곡 

 

능선에서 내려다 본 수렴동계곡

 

구름에 잠겨 있던 하늘이 잠시 열렸다.

 

앞으로 진행해야 할 암봉들이 앞에 놓여 있다.

 

뜀바위에 도착했다. 약1미터 쯤되는데 담력이 약한 사람은 뛰지 못한다. 우회로가 있다

 

지금까지 지나쳐 온 암봉

 

건너편 마등령쪽. 그 아래 사진 가운데 오세암이 보인다. 

 

우회로가 없어 반드시 건너야 하는 '개구멍바위'. 이곳에서 떨어져 죽은 이도 있고 많은 이들이 다치기도 했다. 나중에 봉정암에서 들으니 어제도 한 사람이 떨어졌다고 한다. 바짝 엎드려 오른 손으로 자일을 잡고 기어야 한다.

 

개구멍바위를 빠져나와 윗쪽 바위에 서니 개구멍바위를 통과하다 떨어져 죽은 이의 넋을 기리는 추모동판이 있다

 

능선상 암봉

 

앞으로 넘어야 할 암봉군

 

능선에서 마등령 방향. 멀리 마등령 정상부가 구름에 가려 있다.

 

마등령을 향해 셀카. 땀이 비오듯 떨어지고..힘에 부친 표정이 역력하다.

 

지나쳐온 암릉이 연이어 서있다.

 

앞으로 가야할 암봉이 도열해 있다.

 

막 지나온 릿지. 돌아보니 어떻게 넘어 왔는지 모를 정도다. 

 

왼쪽으로 우람한 공룡능선이 흐른다.

 

잠시 운행을 멈추고 뒤돌아 본다.

 

공룡능선으로 구름이 짙게 깔린다.

 

 직벽 구간 30여미터쯤 되어 보이는데 자일이 10여미터에 불과하여 내려오는데 많은 집중이 필요한 구간

 

그러나 확보가 충분하여 주의만 하면 어렵지 않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꽤나 다닌다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통 산객이 보이지 않는다.

 

구곡담계곡이 내려다 보인다.

 

암릉은 계속된다.

 

 공룡이 손에 잡힐 듯 지척이다.

 

구름이 금새 공룡능선 정상부를 삼킨다.

 

능선상 암릉

 

조그만 뱀이 달아나기 바쁘다.

 

드디어 용아를 빠져 나왔다. 13:10. 산모가 해산할 때 이 기분일까??? 엄청 기쁘다. 여기서부터는 마음 조릴 일도 없고~봉정암 뒤 사리탑. 오늘 처음으로 사람을 보고 만났다.

 

막 지나쳐 사리탑으로 쑥 빠져나온 건넌 암봉.

 

오늘 넘어선 용아능. 뒷쪽은 서북능

 

아직 구름 속에서 허어나지 못하고 있는 공룡능선이 손에 닿을 듯하다.

 

용아능을 도열시켜 놓고 사진을 부탁했다. 

 

사리탑에서 내려다 본 봉정암.

 

봉정암 뒷뜰에 놓인 약숫물. 물 맛이 아주 좋다. 그럴 수 밖에 한 시간 이상을 물을 먹지 못했다.

 

용아를 단독으로 넘으며, 무사히 넘겨 달라고 빌었다.  

1시간 정도 카메라가 작동이 되지 않아 용아 끝부분을 사진에 담지 못해 아쉬웠다.  

 

봉정암에서 얼마간 가쁜 숨을 몰아 쉬고 곧바로 계곡으로 내려간다.

구곡담계곡에서 대청에 오르려면 봉정암을 거쳐야 하는데 계곡 끝자락에서 봉정암에 이르는 약 500미터는 무척 가파라

오르는 사람 모두 힘들어 한다.

 

봉정암에서 내려오는데 제대로 발을 딛기 힘들다.  

용아 거의 끝자락에서 크랙에 발이 빠져 발을 빼려고 힘을 쓰는 데 발이 신발에서 빠져나오며 돌을 때렸다.

이번 산행에 릿지화가 아닌 그나마 접지력이 좋은 산악마라톤화를 싣었는데 발목 보호에 취약했다. 

 

봉정암에서 내려와 계곡에 발을 담그고 점심을 먹는다. 컵라면에 보온병 물을 부었으나

이미 물은 식어 있었고, 그냥 불려 먹었다.

남겨 놓았던 김밥 한 줄은 아직 쉬지 않아 몇 개 집어 먹는데 세 군데서 다람쥐들이 달려 든다.

이놈들에게 가뜩이나 적은 내 점심을 절반이나 뺏겼다. 김밥을 던져 주니 앞 발을 세우고 잘도 먹어댄다. 

 

탁족을 하려고 신발을 벗는데 아프다. 발 뒷꿈치가 부어 있고 통증이 따른다.

잠시 발을 담그고 땀을 씻어 낸 후 반바지로 갈아 입고 길을 재촉한다.

 

봉정암에서 약 1.6km쯤 지나. 백담사에서 봉정암까지 10.6km    

 

구곡담계곡에서 처음 만나는 폭포. 양쪽에서 흘러 내려 쌍폭이라고 하는 것 같다

 

옆 사람에게 사진을 부탁했더니 스님이 찍어 주신다. 여기서는 자기가 아주 잘 찍는다면서..

 

가는 물줄기가 시원스럽다.  

 

계류. 억만겁을 저 물길에 의해 파여진 것인지, 아님 파여진 홈에 물길이 흐르는 것인지~~

 

그 홈을 따라 흐른 물길이 아래서는 폭포를 이룬다

 

에라..사람이 지나가기에 또 찍어 달랜다...

 

사람들이 참 후하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꼭 두번씩 눌러 준다.

 

구곡담계류

 

구곡담계류

 

계류를 따라 설치한 나무다리. 철계단이나 철다리보다는 훨 나아 보인다.

 

수렴동대피소를 15:43에 그냥 지나쳐 영시암에 도착(16:00)하여 잠시 쉰다.

 

백담사에서 봉정암 오르기 직전까지 길은 참 평탄하다. 이런 돌길로 잘 닦여 있고 나무다리와 소롯길로 이어져 그 어둠을 뚫고 오를 수 있었던 것 같다.

 

백담사 내려가는 길

 

백담사 내려가는 길

 

백담사 앞 콘크리트 다리가 보이고 불자들과 산행객이 쌓아 올린 돌탑이 어지러우면서도 질서정연하게 서 있다.

 

백담사에 도착했다. 백담사 경내....만해가 묵었다는 절간이나 중광 스님이 묵었던 절간이 있다고 하는데 둘러 보지 않았다. 全 모가 묵었다는 곳을 둘러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백담사를 나와 버스를 탔다(17:20). 버스기사가 푸념을 한다.

막차인데 내려 오는 불자와 산행객이 많아 더 운행 횟수를 늘려야 할 것 같다고~ 버스를 타고 편하게 내려왔다.

이날 내 양쪽 발이 가장 편안했던 시간이었을 것이다.

 

마눌은 이 시간 척산온천장에 있다가 나와서 기다리고 있단다.

나도 온천장으로 달려가 몸을  씻 잠시 쉰 다음 저녁은 근처 작년에 왔다 알아 두었던 '순자네 곰치국"에서 곰치국을 먹었다.

 

발 뒤꿈치가 점점 심하게 아파온다. 내일 계획했던 서북능은 포기하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도 거르고 느즈막하게 일어나 여유있는 시간을 보냈다.  오전 10시쯤이다.    

숙소에서 울산바위와 마등령 능선이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 배경으로 마눌을 찍었다.

 

나도

 

팬션 뜰에서

 

철 지난 팬션이 조용하다.

 

팬션 관리인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라는 소리에 웃음이~

 

이번 휴가는 일찍감치 공룡과 용아로 정하고 그리고 상황에 따라 서북릉까지 하려고 했다. 

앞으로 용아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이 들었기에 꼭 용아만큼은 하고 싶었다.

혼자 단독으로, 그것도 아무런 안전장비도 없이 조금은 무모한 것 같은 산행을 했지만 결과는 참 좋았다.

다음엔 장비를 챙겨 여러 사람이 함께 해도 될 것 같다. .

 

지난 번은 용아를 통해 자존을 아니 자만을 갖게 되었는데, 이번 용아능을 통해서는 겸손을 배웠다. 

그렇더라도 이제부터 안전을 우선하는 산행을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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