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산 삼형제 바위
5.13급에서 5.9급까지 다양한 루트 개척돼
글 이철규 기자(sicsicman@yahoo.co.kr) | 사진 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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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산 삼형제 바위의 중앙봉에 개척된 부부길을 등반하고 있는 이관종옹. 73살의 나이에도 놀라운 등반 실력을 발휘했다. |
클라이머는 늘 새로운 루트, 좀더 난이도 있는 루트에 목말라 한다.
이는 오르지 못한 등반에 대한 미련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요소로서 또한 벗어날 수 없는 숙명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에 클라이머는 자신을 위해서나 또 다른 클라이머를 위해 새로운 루트를 창출하고 그 곳에서 자신을 담금질한다. 양평 소리산에 개척된 삼형제바위 암장은 클라이머의 목마름을 채워줄 생수며 꽃밭이다.
강과 바위가 어우러진 간현과 같은 클라이머의 휴식처가 양평에 탄생했다. 너트산악회(회장 이삼승)가 개척한 삼형제바위 암장으로 서울에서 지척인 양평군 단읍면 석산리 소리산(479m)에 위치해 있다. 현재 삼형제바위 암장에는 35개의 루트가 개척되어 있으며 홍천강을 끼고 있어 강가에서 피서를 즐길 수 있다.
가족끼리 여름철 피서지로도 찾을 수 있는 삼형제바위 암장에는 5.9급부터 5.13급까지의 루트가 산재해 있으며 초보자와 고난도 등반자의 등반 욕구도 채울 수 있다. 전체적으로 암장은 오버행과 페이스, 크랙으로 이루어졌으며 등반 길이는 8∼22미터까지로 다양하다. 암장의 홀드는 대부분 날카롭게 각이 져 있으며 암장 중앙에 긴 디에드르(암벽이 책을 펴서 세워 놓은 모양)가 형성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한 마디짜리 등반 루트가 많으며 평평한 바위 상단부까지 연결등반도 가능하다.
삼형제바위 암장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할미바위라 불리는 중앙의 제1암장에는 21개의 루트가 개척돼 있으며, 오버행의 페이스와 크랙 루트가 대부분이다. 제1암장은 바위 중앙을 기준으로 제일 오른편이 ‘결혼기념일(5.10c)’이며 오버행 페이스로 등반 길이는 22미터다.
그 왼편길이 ‘소향(5.10a/b)’으로 루트명은 삼형제바위 암장개척에 도움을 아끼지 않은 석산리 권오찬 이장의 민박집 이름에서 따왔다. 등반 길이는 22미터로 가장 긴 편에 속하며 부분적인 크랙 루트다. 중앙벽의 우측면은 햇살이 들지 않아 서늘하고 선등자 확보는 나무를 이용하면 된다.
세번째 루트인 ‘노을(5.10b)’은 페이스로 길이는 14미터에 이르며 초보자를 위한 길이다. 노을 우측의 ‘씨엔에스길(5.11c)’은 인공암장을 건설하는 선배 한윤식씨의 회사명에서 따왔다. 이 길은 초입의 바위턱 위에 루트 명을 새긴 둥근 돌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13미터로 루트 중간에 오버행의 바위턱에 홀드가 있으며 홀드를 잡으면 몸이 돌게 돼 등반이 쉽지 않다. 씨엔에스길은 중앙벽 우측에 위치한 루트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곳이다.
다섯번째와 여섯번째 길인 ‘보상(5.10c)’과 ‘창살을 벗어난 새(5.10a)’는 기존의 루트를 두 마디로 연장한 곳으로 등반 길이가 가장 긴 50미터다. 일곱번째 길인 ‘미명(5.11c)’은 페이스와 크랙으로 이루어졌으며 초입의 오버행진 크랙을 돌파하는 게 등반의 관건이다.
1암장 중앙벽의 첫 루트인 ‘부부길(5.11c/d)’은 루트 전체가 오버행으로 이루어졌으며 첫 볼트를 건 후 우측의 바위턱 위에 숨은 홀드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 이는 밸런스 유지를 위해 왼편으로 몸이 기우는데다 턱이 져 홀드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세번째 볼트에 퀵드로를 건 이후론 칸테(바위모서리)선을 따라 등반한다. 밸런스와 순간적인 파워를 요구하는 곳으로 7미터지만 11급이 넘는다.
‘부부길’ 우측은 중앙벽에서 가장 긴 ‘산모퉁이에 걸린 달(5.10)’이며 그 왼편이 소리산을 찾는 등반자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너트Ⅰ’길이다. 중급자나 고난이도 등반가에게 적합한 이 루트는 17미터로 5.12급이다. 검게 그을린 듯한 오버행 바위면을 타고 오르며 상단부의 크랙에서 몸을 당겨 바위턱 위의 홀드를 낚아채는 것이 쉽지 않다.
‘너트Ⅰ’길 우측에 위치한 ‘사물놀이’는 5. 13a/b급으로 여겨질 뿐 아직까지 정확한 등급이 매겨져 있지 않다. 오버행의 칸테선을 따라 오르며 등반 길이는 16미터다.
크랙과 오버행으로 이루어진 ‘두문동’은 14미터로 네번재 볼트를 걸고 난 후 언더크랙을 잡고 밸런스를 유지한 채 오버행진 바위턱 위에 홀드를 잡고 넘어서는 것이 관건이다. 상단부는 페이스 등반이며 등급은 5.12a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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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길 상단을 등반하고 있는 김동칠씨. 5.12급이 넘는 이 루트는 오버행과 페이스로 이루어졌다. |
5.9에서 5.13급까지 다양한 루트
5.13급으로 책정된 ‘한’은 ‘사물놀이’와 같이 아직까지 등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루트는 칸테선을 따라 형성된 등반선을 타고 오르며 고빗사위는 다섯번째 볼트에서 여섯번째 볼트로 올라서는 부분이다. ‘햇살길’을 등반한 후 ‘한’의 고빗사위 부분을 부분 동작으로 시도해본 김동칠씨는 5.13b급 정도는 될 것으로 보았다. 김씨는 바위턱 위에 좁은 포켓 홀드가 있어 잡을 수 있지만 이 홀드를 잡고 몸을 끌어당길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의 우측으론 고난도 등반자를 위한 ‘햇살(5.12c/d)’길이 있다. 오버행과 페이스로 이루어진 이 루트는 14미터로 초입은 파워, 상단부는 암각의 홀드를 잡고 버틸 수 있는 밸런스와 지구력이 필요하다.
‘햇살’ 우측으론 5.11b급의 ‘소리’와 ‘연성’이 있다. 두 루트 모두 오버행의 페이스와 크랙 루트로 초입의 언더크랙과 바위턱의 오버행 부분을 넘어서는 게 관건이다. 순간적인 파워가 필요하다. 암장의 가장 왼편에 자리잡은 ‘난장’은 초보자를 위한 루트로 전체적으로 90도 경사의 크랙 루트지만 잡은 곳이 많아 어렵지 않다.
제1암장에서 강가를 따라 왼편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소향산장 쪽으로 접근하다보면 오솔길 중간에 산사면을 타고 오르는 길이 갈라진다. 제2암장으로 오르는 길로 리본을 달아 놓아 쉽게 찾을 수 있다.
14개의 루트가 있는 이 암장은 우측으로부터 ‘사죄(5.11a)’, ‘속삭임(5.10b)’, ‘막내길(5.10)’, ‘1947(5.10c)’, ‘여울(5.10a)’, ‘미완성(5.11c/d)’, ‘초우(5.11)’, ‘한동지(5.12a)’, ‘g길(5.12a)’, ‘땡볕(5.11a)’, ‘비(5.11b)’, ‘몸빼(5.11b)’, ‘마무리(5.10b)’, ‘연습(5.9)’ 등이다. 제2암장의 제일 왼편에 위치한 ‘사죄’는 한동안 산악회 활동에 참여하지 못했던 김석균씨가 선배들에게 대한 미안함에서 이름을 붙였다. 등반 길이는 길지 않지만 전체가 오버행이며 두번째 볼트에서 ‘속삭임’과 갈라진다.
막내길은 크랙이며 초입이 오버행이라 쉽지 않다. 첫 볼트를 걸고 두번째 볼트를 걸기까지가 고빗사위다. 네번째 길인 ‘1947’은 오버행의 페이스 등반으로 첫 볼트를 건 후 오버행진 바위턱을 넘어서야 한다. 크랙을 따라 오르는 ‘여울’과 첫 볼트에서 갈라지며 루트 상단은 페이스 등반을 해야 한다. 중급자에게 알맞은 루트로 오버행이라 힘이 많이 들지만 홀드가 확실해 5.10급으로 책정됐다.
고난의 길이라 불리는 ‘여울’은 모두 20미터로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크랙을 따라 등반하는 길이다. 등급은 높지 않지만 바위가 살아 있어 살과 피를 바르며 가는 일명 ‘노가다’ 루트다.
오버행의 크랙을 따라 올라가는 ‘미완성’은 중급자에게 알맞은 루트로 상단은 페이스 등반이다. 오버행과 크랙으로 이루어진 ‘초우’는 첫 볼트를 건 후 오버행의 턱을 넘어서는 게 고빗마디로 순간적인 힘과 밸런스를 요한다. 특히 이 루트를 등반할 경우 자일 유통이 원활하도록 퀵드로를 길게 설치하는 게 좋다. 확보는 주변의 나무를 이용하거나 첫 볼트에 퀵드로를 통과시킨 후 등반하는 게 좋다.
제2암장은 5.12급이 최고 난이도
제2암장 최고 난이도를 자랑하는 ‘한동작(5.12a)’은 초입부터 오버행 턱을 넘어서야 한다.
가로로 길게 갈라진 크랙을 잡고 일어서 천장 부근의 언더크랙에 왼손을 넣은 후 오버행 위의 암각 홀드를 잡는 게 고빗사위다. 오버행이라 추락시 몸이 벽에서 떨어지며 진자운동에 의해 확보자의 머리 위로 떨어질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다소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미리 첫 볼트에 퀵드로를 건 후 등반하는 것도 좋다. 또한 자일 유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퀵드로를 길게 해주는 게 회수에 편하다.
중앙면 바로 우측에 위치한 ‘g길’은 5.12a급으로 루트 중단에 위치한 오버행을 왼편으로 돌아오르게 된다. 15미터로 초입의 작은 홀드를 잡고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지구력과 밸런스 감각이 필요한 곳으로 나무 아래 쌍볼트에 확보한다.
중급자가 적당한 ‘땡볕’은 햇볕을 피할 수 없는 양지에 위치해 있다. 제2암장에 개척된 루트 중 가장 긴 20미터로 오버행의 페이스다. ‘땡볕’ 왼편으로 ‘비(5.11b)’와 ‘몸빼(5.11b)’,’마무리(5.10b)’가 있으며 모두 오버행의 페이스를 좁은 암각 홀드를 딛고 일어서야 하는 곳이다.
14개의 루트가 있는 제2암장은 확보장비 없이 퀵드로만 있으면 등반이 가능하고 전망이 좋아 석상면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소리산 삼형제바위 암장에는 전체가 오버행과 루프를 이룬 할배바위가 남아 있어 앞으로 10여 개 이상의 루트가 더 개척될 전망이다. 또한 서울에서 가까운 탓에 클라이머들의 여름철 휴양지로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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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산 암장 루트도 소리산 암장 루트표 |
삼형제바위 가이드
● 접근 | 삼형제바위에 접근하려면 우선 서울에서 양평을 지나 홍천까지 이어진 6번 국도를 타야한다. 6번 국도는 양평을 지나서 용문면을 거쳐 단월면에 닿게 된다. 단월면에서는 보룡리를 지나 항쇠교 직전에서 산음자연휴양림으로 갈라지는 328번 지방도를 타야 한다. 굴곡이 심한 이 길은 비슬고개를 넘어 산음천을 따라 이어지며 삼산교를 지나 소리산 아래 돌고개마을에 닿는다.
마을 입구의 다리를 건너면 법왕정사란 이정표가 있으며 소향산장으로 가는 오르막 길이 나있다. 삼형제바위 암장은 민박집인 용수가든에서 살펴보면 크게 세 곳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제일 왼편이 14개의 루트가 있는 제2암장으로 아들바위며, 중앙은 할미바위로 21개의 루트가 있는 제1암장이다.
할배바위라 불리는 제일 우측의 바위엔 루트가 없으며 앞으로 개척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너트산악회는 이 오버행의 바위에 고난도의 루트를 개척할 생각이며 많은 등반가들의 참여를 바라고 있다. 암장으로 접근하기 위해선 하천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거나 소향산장 옆으로 뚫린 소로길을 따라가면 닿을 수 있다.
대중 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상봉시외버스터미널에서 07:10, 09:25, 10:40, 12:25, 14:20, 16:10, 17:05에 출발하는 모곡행 버스를 이용, 모곡에서 하차해 하루 세차례 운행하는 석산리행 군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 숙식 | 민박은 소향산장에서 가능하며 인근의 용수가든식당이나 초원가든의 민박집을 이용해도 된다. 특히 소향산장의 경우 피곤을 풀 수 있는 항토찜질방이 4월말에 개장되어 등반 후 찜질욕을 즐기며 피로를 풀 수 있다. 가격은 1인 3천원선이다. 방값은 소향산장의 경우 작은 방이 3만원, 큰방이 5만원이며, 방이 3개 있는 2층 전체를 통틀어 사용할 경우 12∼14만원 선이다.
먹거리로는 소향산장의 한방오리백숙이 일품이다. 이 백숙에는 감초와 당귀, 황귀, 엄나무, 은행나무 열매 등 몸에 좋은 약재들이 다량으로 들어간다. 가격은 3만5천원이며 4인 정도가 먹을 수 있다. 이외에 버섯과 야채, 두부가 들어가는 버섯전골이 있다. 가격은 2만원∼2만5천원선이며 얼큰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용수가든민박에선 홍천강에서 잡아 올린 꺽지와 메기, 누치들을 재료로 만든 민물매운탕이 일품이다. 가격은 3만원에서 4만원선이며 여름이면 강가에 설치한 오두막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